iPod 섭렵기

이웃 블로거이신 bonjo님 포스팅에 삘 받아서 만 4년째 사용중인 iPod 얘기 한번 써보죠. 사실 전 대단한 매니어도 아닌데 이렇게 저렇게 해서 구입한 아이팟이 벌써 네대째라는.



***


2004년 여름 당시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학생 생활 정리한다는 생각에 (네, 제가 가방끈이 좀 깁니다 ^^;;) 학생 할인으로 장만한 iPod 3세대 15GB 모델. 아이팟이 도킹되어 있는 스피커는 Altec Lansing사의 inMotion. 지금은 계속 이름을 바꿔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새로운 제품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때만 해도 꽤 신선한 악세사리였습니다.





이 아이팟은 벼르고 별러서 샀는데 구입후 불과 두 주만에 신제품이 나오는 아픔이 있었던 그런 녀석입니다. ㅠ_ㅠ 이때만 해도 애플의 제품 리프레쉬 싸이클을 전혀 몰랐던 탓이죠. '4세대 iPod은 터치 버튼(자체가 없어져서)에 불 안 들어오지 뭐'하며 억지로 위안을 삼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군요.

사실 실제로 써보기 전까지는 하드 디스크형 포터블 음악 플레이어라는 아이디어 자체를 반신반의 했더랬는데요.. 좀 써보니까 아, 이래서들 열광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던 기억이 납니다. 아닌게 아니라 많은 앨범 컬렉션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내키는대로 들을 수 있다는게 사실 something이더군요. 청소년기에 카세트 테입에 LP를 녹음해서 걸어다니면서 워크맨으로 음악 듣던 그 시절의 즐거움을 새삼 만끽했습니다. '맞다, 이래서 음악 듣기에 빠져들었었지' 하는 그런 노스탤지어.

당시 이 15GB 아이팟에 (음악 파일들 비트레이트가 좀 높은 편이다 보니) 2천곡 좀 넘게 넣어서 다녔습니다. 당시 데스크탑의 제 MP3 콜렉션이 이미 50GB가 넘다보니 사실 15GB도 적다는 느낌이지만 '아이팟 미니 크기에 100GB 정도 제품이 나올때까지는 잘 써야지' 하는 나름대로 결의를 굳혔더랬죠. ^^





학교 졸업하고 이사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있으니 HDTV 구입 ^^;; 이었는데요, 그 때 받은 큐폰으로 구입한 것이 iPod mini 2세대 4GB 모델. 저야 3세대 15기가 모델이 있으니 이 미니는 인생 동반자님께서 차지.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2세대 제품이 발표된 다음에 큐폰이 왔기 때문에 지난 번처럼 3세대 사자마자 4세대가 나오는 그런 허탈한 사태는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 요 리프레쉬에서는 기존 4GB 제품외에 6GB 버전이 새로 나왔고요, 대신 4GB 버전은 200불로 가격이 인하되었더랬죠. 그렇긴 한데 실은 충전기를 빼버렸기 때문에 실질적 가격 인하폭은 50불에 훨씬 못 미치지 않을까 싶더군요. 저야 원래 아이팟 3세대가 있으니까 충전기(를 비롯한 각종 악세사리)를 공유할 수 있으니 큰 문제 없었습니다만.

위 사진에 보이듯이 그 동안 잘 써왔던 알텍 랜싱 인모션 스피커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미니와 크기를 맞추기 위해 플라스틱 어댑터를 끼운 상태죠. 미니 1세대 제품과는 다른 점이라면 이 사진에서 보이듯이 클릭 휠 위의 |<<, >>| 등의 표시가 검은 색에서 바디 색으로 변경된 것, 바디 색상이 조금 진해진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배터리 사용 시간이 상당히 늘어난 것 정도로서 상당히 마이너 업그레이드였습니다. 이 미니 2세대는 기스 잘 가지 않는 케이스, 더도 덜도 아닌 꼭 알맞은 정도의 클릭휠, 적당한 존재감 등등이 잘 조합되어서 지금 봐도 클래식이라 부를만한 멋진 제품입니다.





당시 미니 전용으로 하나 산 장난감인 iTrip을 장착한 모습. 이게 뭐냐 하면 FM 송신기. 이걸 끼우면 FM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아니라, 미니의 출력 음향을 FM으로 바꿔서 송출하니까 카 오디오에서 해당 주파수로 맞추면 마치 FM 방송 듣듯이 아이팟의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 뭐 이런 아이디어입니다. 여타 와이얼리스 제품들이 다 그렇지만 이 제품 역시 선이 없다는 점에서 아주 나이스합니다. 물론 약간의 단점이 있는 것이.. 당시 살던 동네처럼 빈 주파수 대역이 거의 없는 경우에는 전용 주파수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 그럭 저럭 잘 되는 주파수를 찾기는 했지만 다른 동네로 가면 그 동네 방송국과 쫑이 나는 (아, 이 얼마만에 사용하는 80년대 전문용어냐...) 일이 많았습니다. FM 방송국이 몇 개 안되는 한국에서는 거의 문제가 안 될 것 같기는 합니다만. 또 하나는 이 녀석이 자체 온/오프 스위치가 없어서 미니의 플레이를 멈춰도 계속 전력을 소모하는 썰렁한 면이 있다는 정도. 여튼 요긴하게 잘 썼던 장난감입니다.





'100기가 까지는 3세대로 버틴다'는 원대한 포부를 꺽게 만든 사건이 있었으니.. 가족들이랑 캠핑 갔다가 잘 쓰던 3세대에 물이 들어가서 고장이 나버린 사건. ㅠ_ㅠ 이 시점에서 1GB 미니 SD 카드를 장착한 Windows Mobile 스마트폰이 있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스마트폰의 Windows Media Player를 포터블 음악 플레이어 삼아 시름을 달래면서 몇 달을 보냈습니다 그려.

그러던 와중에.. 아니나 다를까 비디오 플레이백 가능한 5세대 제품이 나오더군요. 마침 10% 할인 쿠폰에다 세일즈 택스 없는 주로 이사하게 되고 해서 눈 딱 감고 질러버렸습니다. ^^;; 아무래도 1GB로는 역시 택도 없었었으니 말이죠.

이 버전이 이전 제품들과 비교해서 가지고 있는 최대 메리트는 역시 비디오 플레이백. 작은 화면에도 불구하고 생각 밖으로 볼만합니다. 아쉬운 것은 지원하는 포맷이 딱 두 가지 밖에 안되기 때문에 흔히 구할 수 있는 DivX 등의 포맷으로 인코딩된 파일들은 별도의 변환을 거쳐야 한다는 점. 자막 오버레이도 지원 안되기 때문에 자막까지 포함하려면 통상 2번 인코딩을 해야 합니다. -_-;; 당시 1주일에 한번 꼴로 -_-;; 비행기를 탔는데 상당히 요긴하게 쓰긴 했지만 나중에는 귀찮아서 안하게 되더군요.

제가 볼 때는 비디오나 사진도 좋지만 음악 연주시 컬러 앨범 재킷을 볼 수 있는 점이 제일 좋았습니다. LP세대로 음악을 듣기 시작해서 그런지 앨범 재킷 아트 역시 상당히 중요시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녀석의 경우 거의 끝물에 구입했던 3세대 경우와는 달리 거의 나오자마자 구입했기 때문에 구입 당시에는 쓸만한 케이스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놈의 아이팟이라는 녀석이 거의 기스의 황태자 수준의 물건이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가지고 다니다 보면 당일로 엄청 기스가 나버립니다. -_-;; 예전 3세대 때 '쓸려고 산 물건, 기스 무서워서 못 쓰냐'는 (만고에 쓸 데 없는) 쿨 가이 애티튜드로 임했다가 처절하게 반성한 뒤라 이번에는 상당히 신경쓰게 되더군요. 다행히 이번 버전에는 (iPod nano와 마찬가지로) 아주 기본적인 케이스(파우치?)가 동봉되어서 좀 제대로 된 케이스 구할 때까지는 버틸 수 있도록 배려가 되어 있었습니다.

예전에 3세대랑 같이 쓰던 케이스은 허리에 부착할 수 있는 플라스틱 케이스였는데요, 편하긴 한데 이게 벨트 클립 부분이 부러지고 나니 효용성이 반감되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실리콘 타입 케이스, 소위 스킨 형태 제품을 써보기로 했는데요, 예상대로 부담 없이 편하게 쓸 수 있는 점이 좋더군요.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는 케이스입니다.





보통은 색상 매치를 고려해서 흰색 케이스들을 많이 쓰는데요, 3세대 때 보니까 때가 좀 타는 것이 안 좋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일부러 어두운 색으로 골라 봤습니다. 출퇴근 길에 차에서 어댑터를 이용해서 음악을 듣는데요, 어두운 색 위주의 자동차 대시보드 부근에 놓아도 별로 튀지 않는 것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디스플레이 및 클릭 휠도 전부 커버되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다 좋은데.. (실리콘 케이스들이 다 그럴 것 같긴한데) 잔 먼지들이 좀 달라붙습니다. Dust magnet이라고나 할까.



뭐 대략 이 정도로 '아이팟은 살 만큼 샀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한 대 더(!) 구입하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그 동안 잘 쓰던 (하늘에서 떨어졌던) Aiwa 붐박스가 워런티 끝나자 마자 고장났길래 이사하면서 정리하고 나니 (딸래미의 중요한 취미 생활인) 오디오 북 리스닝을 할 수가 없게 되더군요. 그래서 시험 삼아 오디오 북 CD를 애엄마 미니에 MP3로 떠서 들으라고 줘봤는데요, 막상 그렇게 해보니까 상당히 나이스하더군요. 그래서 결국 미니은 아이 차지가 되고 애엄마는 할인 큐폰을 이용해서 나노 2세대 8GB를 장만하는 걸로 결정.





플라스틱 케이스 및 알루미늄 뒷면에 기스 잘 나는 걸로 유명했던 나노 1세대와 달리 2세대는 예전 미니와 같은 anodized aluminum으로 회귀하면서 역시 예전 미니처럼 다양한 색상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원하는 8GB 버전은 블랙 딱 한 색상만 있길래 그냥 그걸로 했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얼마 안되어 (보노와 오프라 윈프리가 띄워준) 레드 버전 출시. -_- 그래도 워낙 검은 색이 어디에나 무난하게 잘 어울리니까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제품은.. 역시 쓸만합니다. 개인적으로 나노 1세대 케이싱이 미니보다 오히려 퇴보했다 생각했던 저로써는 잔 기스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새 케이싱이 역시 실용적이라는 생각입니다. 한가지 더 눈에 띄는 건 새롭게 변경된 이어폰인데요.. 약간 더 귀에 편해지고 음질도 조금 더 풍성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하드 디스크 기반 제품인 미니보다는 운동할 때 더 가볍고 신경이 덜 쓰인다는 점도 플래시 메모리 기반인 나노의 장점이 되겠구요.

사진 속에 보이는 스피커는 Teac의 GR-10i라는 알람 클럭/라디오 겸용 제품인데요, 코스코에서 20불 할인 큐폰을 주길래 집어온 녀석입니다. 나노 뒤로 보이는 것이 동봉된 리모트인데요, 역시 리모컨이라는 게 있으면 편한 건 사실인듯.


***



돌이켜 보면 참 징하게도 애플의 마수에 걸려들었다는 생각 밖에 안 듭니다만.. 그래도 음악 듣는 즐거움을 되돌려 준 걸 생각하면 나름대로 애착이 가는 것이 아이팟이라는 생각입니다. 160기가 짜리 아이팟 클래식 정도 있으면 새로운 곡 넣을 때 '이번에는 무슨 앨범을 짤라야만 하는가' 하는 고민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집어 넣기만 해놓고 여태 한번도 듣지 않은 앨범들이 있는 걸 생각해보면 '그래, 있는 거나 잘 쓰자'라는 초심(?)을 되새기게 됩니다. 사실은 이미 아이폰 쪽으로 마음이 콩밭에 가있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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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미소 | 2008/08/26 13:10 | Gadgets & Toys | 트랙백 | 핑백(3)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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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된 장난감, 아이팟 얘기로 탄력받은 김에...아이팟 3세대를 구입했던 2004년 여름. 팜 파일롯이나 컴팩 아이팩 등의 PDA에 익숙해서 그런지 아무래도 스탠드 생각이 나더군요. 그렇다고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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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imme a break, will ya?히어로 (9회) / Gimme a break, will ya?가장 많이 읽힌 글은 iPod 섭렵기 입니다. 가장 대화가 활발했던 글은 Metallica: Death Magnetic 입니다. ( 덧글 18개 / 트랙백 2개 / 핑백 3개 ) 내이글루에 가장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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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인데요, 노출된 클릭휠 덕에 조작성도 좋고요, 클리어 실리콘 재질 역시 실용적이면서도 나노의 소위 chromatic 색상을 죽이지 않아서 좋은 것 같습니다. 사실 전 일전에 iPod 섭렵기라는 글에서도 썼듯이 딸랑 세 가족이 아이팟 한 대씩 다 가지고 있고 고장난 3세대 15GB 하드 디스크 버전까지 합치면 도합 네 대 -_-;; 구입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 more

Commented by bonjo at 2008/08/26 13:38
다들 MP3 플레이어를 들고 다니기 시작하던 때에도 CD 갈아 끼우는 맛이 있다며 CDP를 휴대했었는데요, 마지막으로 구입했던 CDP가 MP3도 재생이 된다길래 핑플 The Wall 하고 Dream Theater 6집 2CD짜리 음반을 MP3 DATA CD로 구워서 CDP로 들으면서 "뭐야! MP3로 들으니까 편하잖아!!!" 하고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구입한 것이 아이팟 5세대였습니다.

저도 젊은미소님 처럼 구입하고 나니 신제품 발표&가격인하 루머가 도네요; (터치 나노 등 메모리타입 아이팟만 루머가 돌고 하드타입에 관해서는 아직 소식이 없는 듯 합니다)
Commented by 젊은미소 at 2008/08/27 03:57
bonjo> 제게 있어서 MP3 플레이어는 용량이 거의 무한에 가깝고 현재 플레이 중인 곡 정보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워크맨이라 하겠습니다. 그 편리함이 약간 떨어지는 음질을 커버하고도 남는 그런.

하드 디스크 타입은 아이팟 클래식으로 거의 완성 단계니까 용량 말고는 특별히 더 손볼 건덕지가 별로 없지 싶더군요. 경쟁 제품도 거의 없는 상태구요. 하긴 아이팟 터치가 하드 디스크 버전으로 한 200기가 정도로 나오면 상당히 혹할 것 같기는 합니다만. ^^
Commented by 생선 at 2008/08/27 10:33
6G가 아닌 굳이 Classic이란 이름을 붙인 것 자체가 이미 하드디스크타입의 완성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아마 9월 신제품 발표회때도 하드디스크타입 신제품은 안나오지 않을지..
저도 터치쓰지만 클래식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도 약간...
Commented by 젊은미소 at 2008/08/27 12:36
생선> 말쓴하신 대로 저도 클래식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때부터 이 제품군은 더 이상 큰 변화는 없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튼 앨범 단위로 음반 듣는 음악 애호가에게는 딱인 제품인 것 같습니다.. 만 터치의 시원 시원한 앨범 커버 아트는 참 부럽죠. ^^
Commented by clotho at 2009/01/01 11:34
저는 나노 1세대를 거쳐 터치 1세대를 쓰고 있어요. 터치틑 8기가 모델인데.. 마지막 단락의 말씀처럼 새로운 앨범을 넣을때마다 이번엔 어떤 앨범/노래를 짤라야 하는가가 가장 큰 고민꺼리죠. 터치 2세대 16기가를 지르고 싶지만 그노무 총알 땜시.. -_-;;
Commented by 젊은미소 at 2009/01/01 13:27
저도 터치가 좋아보이기는 하지만 "그럴바에는" 아이폰으로 가지 하는 생각에 계속 아이폰 쪽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 본격적으로 음악을 들으려면 64GB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기는 합니다만. 제 5세대가 60기가인데요.. 늘 용량 부족이라고 생각했지만 얼마 전에 Last.fm 건 때문에 정리를 좀 하고 보니 60기가도 그럭 저럭 쓸만한 용량이라는 깨달음(?!)이 오더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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