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8월 26일
iPod 섭렵기
2004년 여름 당시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학생 생활 정리한다는 생각에 (네, 제가 가방끈이 좀 깁니다 ^^;;) 학생 할인으로 장만한 iPod 3세대 15GB 모델. 아이팟이 도킹되어 있는 스피커는 Altec Lansing사의 inMotion. 지금은 계속 이름을 바꿔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새로운 제품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때만 해도 꽤 신선한 악세사리였습니다.

이 아이팟은 벼르고 별러서 샀는데 구입후 불과 두 주만에 신제품이 나오는 아픔이 있었던 그런 녀석입니다. ㅠ_ㅠ 이때만 해도 애플의 제품 리프레쉬 싸이클을 전혀 몰랐던 탓이죠. '4세대 iPod은 터치 버튼(자체가 없어져서)에 불 안 들어오지 뭐'하며 억지로 위안을 삼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군요.
사실 실제로 써보기 전까지는 하드 디스크형 포터블 음악 플레이어라는 아이디어 자체를 반신반의 했더랬는데요.. 좀 써보니까 아, 이래서들 열광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던 기억이 납니다. 아닌게 아니라 많은 앨범 컬렉션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내키는대로 들을 수 있다는게 사실 something이더군요. 청소년기에 카세트 테입에 LP를 녹음해서 걸어다니면서 워크맨으로 음악 듣던 그 시절의 즐거움을 새삼 만끽했습니다. '맞다, 이래서 음악 듣기에 빠져들었었지' 하는 그런 노스탤지어.
당시 이 15GB 아이팟에 (음악 파일들 비트레이트가 좀 높은 편이다 보니) 2천곡 좀 넘게 넣어서 다녔습니다. 당시 데스크탑의 제 MP3 콜렉션이 이미 50GB가 넘다보니 사실 15GB도 적다는 느낌이지만 '아이팟 미니 크기에 100GB 정도 제품이 나올때까지는 잘 써야지' 하는 나름대로 결의를 굳혔더랬죠. ^^

학교 졸업하고 이사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있으니 HDTV 구입 ^^;; 이었는데요, 그 때 받은 큐폰으로 구입한 것이 iPod mini 2세대 4GB 모델. 저야 3세대 15기가 모델이 있으니 이 미니는 인생 동반자님께서 차지.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2세대 제품이 발표된 다음에 큐폰이 왔기 때문에 지난 번처럼 3세대 사자마자 4세대가 나오는 그런 허탈한 사태는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 요 리프레쉬에서는 기존 4GB 제품외에 6GB 버전이 새로 나왔고요, 대신 4GB 버전은 200불로 가격이 인하되었더랬죠. 그렇긴 한데 실은 충전기를 빼버렸기 때문에 실질적 가격 인하폭은 50불에 훨씬 못 미치지 않을까 싶더군요. 저야 원래 아이팟 3세대가 있으니까 충전기(를 비롯한 각종 악세사리)를 공유할 수 있으니 큰 문제 없었습니다만.
위 사진에 보이듯이 그 동안 잘 써왔던 알텍 랜싱 인모션 스피커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미니와 크기를 맞추기 위해 플라스틱 어댑터를 끼운 상태죠. 미니 1세대 제품과는 다른 점이라면 이 사진에서 보이듯이 클릭 휠 위의 |<<, >>| 등의 표시가 검은 색에서 바디 색으로 변경된 것, 바디 색상이 조금 진해진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배터리 사용 시간이 상당히 늘어난 것 정도로서 상당히 마이너 업그레이드였습니다. 이 미니 2세대는 기스 잘 가지 않는 케이스, 더도 덜도 아닌 꼭 알맞은 정도의 클릭휠, 적당한 존재감 등등이 잘 조합되어서 지금 봐도 클래식이라 부를만한 멋진 제품입니다.

당시 미니 전용으로 하나 산 장난감인 iTrip을 장착한 모습. 이게 뭐냐 하면 FM 송신기. 이걸 끼우면 FM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아니라, 미니의 출력 음향을 FM으로 바꿔서 송출하니까 카 오디오에서 해당 주파수로 맞추면 마치 FM 방송 듣듯이 아이팟의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 뭐 이런 아이디어입니다. 여타 와이얼리스 제품들이 다 그렇지만 이 제품 역시 선이 없다는 점에서 아주 나이스합니다. 물론 약간의 단점이 있는 것이.. 당시 살던 동네처럼 빈 주파수 대역이 거의 없는 경우에는 전용 주파수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 그럭 저럭 잘 되는 주파수를 찾기는 했지만 다른 동네로 가면 그 동네 방송국과 쫑이 나는 (아, 이 얼마만에 사용하는 80년대 전문용어냐...) 일이 많았습니다. FM 방송국이 몇 개 안되는 한국에서는 거의 문제가 안 될 것 같기는 합니다만. 또 하나는 이 녀석이 자체 온/오프 스위치가 없어서 미니의 플레이를 멈춰도 계속 전력을 소모하는 썰렁한 면이 있다는 정도. 여튼 요긴하게 잘 썼던 장난감입니다.

'100기가 까지는 3세대로 버틴다'는 원대한 포부를 꺽게 만든 사건이 있었으니.. 가족들이랑 캠핑 갔다가 잘 쓰던 3세대에 물이 들어가서 고장이 나버린 사건. ㅠ_ㅠ 이 시점에서 1GB 미니 SD 카드를 장착한 Windows Mobile 스마트폰이 있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스마트폰의 Windows Media Player를 포터블 음악 플레이어 삼아 시름을 달래면서 몇 달을 보냈습니다 그려.
그러던 와중에.. 아니나 다를까 비디오 플레이백 가능한 5세대 제품이 나오더군요. 마침 10% 할인 쿠폰에다 세일즈 택스 없는 주로 이사하게 되고 해서 눈 딱 감고 질러버렸습니다. ^^;; 아무래도 1GB로는 역시 택도 없었었으니 말이죠.
이 버전이 이전 제품들과 비교해서 가지고 있는 최대 메리트는 역시 비디오 플레이백. 작은 화면에도 불구하고 생각 밖으로 볼만합니다. 아쉬운 것은 지원하는 포맷이 딱 두 가지 밖에 안되기 때문에 흔히 구할 수 있는 DivX 등의 포맷으로 인코딩된 파일들은 별도의 변환을 거쳐야 한다는 점. 자막 오버레이도 지원 안되기 때문에 자막까지 포함하려면 통상 2번 인코딩을 해야 합니다. -_-;; 당시 1주일에 한번 꼴로 -_-;; 비행기를 탔는데 상당히 요긴하게 쓰긴 했지만 나중에는 귀찮아서 안하게 되더군요.
제가 볼 때는 비디오나 사진도 좋지만 음악 연주시 컬러 앨범 재킷을 볼 수 있는 점이 제일 좋았습니다. LP세대로 음악을 듣기 시작해서 그런지 앨범 재킷 아트 역시 상당히 중요시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녀석의 경우 거의 끝물에 구입했던 3세대 경우와는 달리 거의 나오자마자 구입했기 때문에 구입 당시에는 쓸만한 케이스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놈의 아이팟이라는 녀석이 거의 기스의 황태자 수준의 물건이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가지고 다니다 보면 당일로 엄청 기스가 나버립니다. -_-;; 예전 3세대 때 '쓸려고 산 물건, 기스 무서워서 못 쓰냐'는 (만고에 쓸 데 없는) 쿨 가이 애티튜드로 임했다가 처절하게 반성한 뒤라 이번에는 상당히 신경쓰게 되더군요. 다행히 이번 버전에는 (iPod nano와 마찬가지로) 아주 기본적인 케이스(파우치?)가 동봉되어서 좀 제대로 된 케이스 구할 때까지는 버틸 수 있도록 배려가 되어 있었습니다.
예전에 3세대랑 같이 쓰던 케이스은 허리에 부착할 수 있는 플라스틱 케이스였는데요, 편하긴 한데 이게 벨트 클립 부분이 부러지고 나니 효용성이 반감되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실리콘 타입 케이스, 소위 스킨 형태 제품을 써보기로 했는데요, 예상대로 부담 없이 편하게 쓸 수 있는 점이 좋더군요.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는 케이스입니다.

보통은 색상 매치를 고려해서 흰색 케이스들을 많이 쓰는데요, 3세대 때 보니까 때가 좀 타는 것이 안 좋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일부러 어두운 색으로 골라 봤습니다. 출퇴근 길에 차에서 어댑터를 이용해서 음악을 듣는데요, 어두운 색 위주의 자동차 대시보드 부근에 놓아도 별로 튀지 않는 것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디스플레이 및 클릭 휠도 전부 커버되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다 좋은데.. (실리콘 케이스들이 다 그럴 것 같긴한데) 잔 먼지들이 좀 달라붙습니다. Dust magnet이라고나 할까.
뭐 대략 이 정도로 '아이팟은 살 만큼 샀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한 대 더(!) 구입하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그 동안 잘 쓰던 (하늘에서 떨어졌던) Aiwa 붐박스가 워런티 끝나자 마자 고장났길래 이사하면서 정리하고 나니 (딸래미의 중요한 취미 생활인) 오디오 북 리스닝을 할 수가 없게 되더군요. 그래서 시험 삼아 오디오 북 CD를 애엄마 미니에 MP3로 떠서 들으라고 줘봤는데요, 막상 그렇게 해보니까 상당히 나이스하더군요. 그래서 결국 미니은 아이 차지가 되고 애엄마는 할인 큐폰을 이용해서 나노 2세대 8GB를 장만하는 걸로 결정.

플라스틱 케이스 및 알루미늄 뒷면에 기스 잘 나는 걸로 유명했던 나노 1세대와 달리 2세대는 예전 미니와 같은 anodized aluminum으로 회귀하면서 역시 예전 미니처럼 다양한 색상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원하는 8GB 버전은 블랙 딱 한 색상만 있길래 그냥 그걸로 했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얼마 안되어 (보노와 오프라 윈프리가 띄워준) 레드 버전 출시. -_- 그래도 워낙 검은 색이 어디에나 무난하게 잘 어울리니까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제품은.. 역시 쓸만합니다. 개인적으로 나노 1세대 케이싱이 미니보다 오히려 퇴보했다 생각했던 저로써는 잔 기스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새 케이싱이 역시 실용적이라는 생각입니다. 한가지 더 눈에 띄는 건 새롭게 변경된 이어폰인데요.. 약간 더 귀에 편해지고 음질도 조금 더 풍성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하드 디스크 기반 제품인 미니보다는 운동할 때 더 가볍고 신경이 덜 쓰인다는 점도 플래시 메모리 기반인 나노의 장점이 되겠구요.
사진 속에 보이는 스피커는 Teac의 GR-10i라는 알람 클럭/라디오 겸용 제품인데요, 코스코에서 20불 할인 큐폰을 주길래 집어온 녀석입니다. 나노 뒤로 보이는 것이 동봉된 리모트인데요, 역시 리모컨이라는 게 있으면 편한 건 사실인듯.
돌이켜 보면 참 징하게도 애플의 마수에 걸려들었다는 생각 밖에 안 듭니다만.. 그래도 음악 듣는 즐거움을 되돌려 준 걸 생각하면 나름대로 애착이 가는 것이 아이팟이라는 생각입니다. 160기가 짜리 아이팟 클래식 정도 있으면 새로운 곡 넣을 때 '이번에는 무슨 앨범을 짤라야만 하는가' 하는 고민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집어 넣기만 해놓고 여태 한번도 듣지 않은 앨범들이 있는 걸 생각해보면 '그래, 있는 거나 잘 쓰자'라는 초심(?)을 되새기게 됩니다. 사실은 이미 아이폰 쪽으로 마음이 콩밭에 가있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군요. ^^
# by | 2008/08/26 13:10 | Gadgets & Toys | 트랙백 | 핑백(3)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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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구입한 것이 아이팟 5세대였습니다.
저도 젊은미소님 처럼 구입하고 나니 신제품 발표&가격인하 루머가 도네요; (터치 나노 등 메모리타입 아이팟만 루머가 돌고 하드타입에 관해서는 아직 소식이 없는 듯 합니다)
하드 디스크 타입은 아이팟 클래식으로 거의 완성 단계니까 용량 말고는 특별히 더 손볼 건덕지가 별로 없지 싶더군요. 경쟁 제품도 거의 없는 상태구요. 하긴 아이팟 터치가 하드 디스크 버전으로 한 200기가 정도로 나오면 상당히 혹할 것 같기는 합니다만. ^^
저도 터치쓰지만 클래식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도 약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