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9일
Eric Clapton: The Autobiography
일전에 에릭 클랩톤 옹이 주관한 Crossroads Guitar Festival 2007 얘기를 썼었죠? 그 글에 달린 후배 답글에서 이 양반의 자서전이 근래에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해서 크리스마스 연휴때 집에서 쉬면서 천천히 읽을 생각으로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 왔는데요.. 음, 읽기 시작하니 상당히 재미가 있어서 사흘만에 후다닥 다 읽어버렸습니다.이 책(및 클랩톤의 커리어 전반)은 대략 세부분 정도로 나누어지는데요, (1) 성장기 및 세계적 락 스타로 발돋움 하는 시기, (2) 마약 및 알콜 중독 투병기, (3) 아들을 사고로 잃은 후 컴백 및 황혼기(?)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아마도 당연하겠지만) 전반부가 가장 흥미롭고요, 중반 및 후반부는 처음에 읽던 관성으로 계속 읽게되는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다면 있는 것이... 웬지 세 부분의 필체가 조금씩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 모르긴 해도 이런 바이오그래피라는 것이 유명인 본인이 직접 쓰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은 구술을 받아서 다른 사람이 (보통 익명으로) 대신 써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긴하지만 뭐 그다지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 하겠습니다.
세 파트에서 느껴지는 클랩톤의 시점 변화가 상당히 눈에 띕니다. 첫부분에서는 사생아 출신임을 어려서 자각한 데에서부터 시작된 insecurity가 주된 정서고요, 세계적 명성에다가 원하던 친구 조지 해리슨의 부인이었던 패티 보이드까지 얻고난 다음인 중반기의 경우 락스타 특유의 egomaniac한 모습, 갱생 및 컴백 후 황혼기의 경우 제대로 된 가정을 이루면서 찾게된 (락 스타 치고는) 소박한 행복을 누리는 모습을 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음, 상당히 락 스타 자서전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구성이지요? ^^ 워낙에 드라마틱한 인생을 산 양반이라 이 책 그런 면에서 상당히 읽는 재미가 있더군요. 생각 밖으로 Cream, Blind Faith, Derek and the Dominoes 시절까지도 (본래 성격 자체가 내성적인 면도 있고 해서) 자신의 연주에 그렇게 자신감이 많지 않았던 점이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특히 날고 긴다하는 본인으로서도 실력으로 도저히 당할 수 없었지 싶은, 그것도 젊고 무명이었던 지미 헨드릭스의 연주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 받는 모습은 눈앞에 선하더군요. 비슷하게 스티비 레이 본이 있겠지만 이 SRV도 헨드릭스만큼이나 젊은 나이에 요절해버렸죠.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꼈던 건 에릭 클랩톤이라는 인물이 기본적으로는 기타리스트이고, 송 라이터나 보컬리스트라는 면에서는 그렇게까지 대단한 재능은 아니었다는 사실(?!). 긴 커리어를 통틀어서도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면 이 양반이 남긴 많은 명곡들 중에 본인이 작곡한 곡은 생각보다는 많지 않지않고요, 보컬리스트로서도 대단한 목소리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숱한 명 그룹들을 거치면서 많은 명반들을 남긴 것도 그렇고 마약과 알콜 중독에서 깨끗이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그렇고 아들의 죽음이라는 비극이 Tears in Heaven이라는 명곡으로 승화되어서 훌륭하게 컴백할 수 있었던 것도 그렇고 (헉헉;;) 뭐랄까 하늘이 내린 운을 타고 난 비범한 인물이라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무릇 대성하려면 일단 재능 및 실력은 기본이고 거기에 운이 받쳐줘야 한다 뭐 이런.
비단 조지 해리슨과 패티 보이드 뿐만 아니라 존 레논이나 믹 재거 같은 인물들이 주름 잡았던 60년대말 70년대초 영국 락 씬 당시를 주연배우로 살았던 사람의 회고록이라는 면에서도 이 당시 락 음악 및 청년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는 흥미로운 독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책들 읽다 보면 평소 흠모하던 영웅의 나약한 모습을 보면서 어떤 허상 같은 것이 깨지는, 약간은 허탈한 맛도 있겠습니다만.
# by | 2008/12/29 14:49 | Music: Misc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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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에릭 클랩튼 자서전
젊은미소님께서 Eric Clapton의 자서전에 대한 감상을 적어주셨던 포스팅을 본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국내에도 번역본이 출간되었네요. (재즈에 워낙 문외한이라 그랬겠지만) 빌 에반스나 마일즈 데이비스의 평전을 읽을 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속도로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어제 서점에서 잠깐 오늘 출근길에 잠깐 읽었는데 순식간에 유년기와 야드버즈 시절까지 읽어버렸습니다. 앞으로 존 메이얼, 듀언 올맨, 지미 헨드릭스 (그리고 패티 보이드도......more
... 할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 클랩톤이 워낙 이 친구를 좋게 봐서 2006년 월드 투어에 데리고 다니면서 (듀언 올맨의 슬라이드 연주가 백미였던) Layla 앨범 곡들을 같이 연주했다고 자서전에서 읽었습니다. 레일라 앨범 때 클랩톤이 데릭이라는 예명(?)을 사용했었는데요, 30년이 훨씬 넘은 후에 데릭이라는 이름,의, 그것도 듀언 올맨의 뒤를 이어 올맨스에서 슬라이 ... more
조만간 읽으려고 보물처럼 작정중입니다. ^^
'U2 by U2' posting에 이어서 감사히 읽고 갑니다.
사실 올해 초에 패티 보이드의 자서전이 나왔던데.. 거기 보면 그녀 인생의 사랑은 조지 해리슨이라는 식으로 썼다는 것 같더군요. 클랩톤 자서전에도 보면 패티와의 연애 및 결혼 생활이 순탄하지 않았던 것이 잘 드러납니다. 이 양반, (아마도 대 저택일 것임에 틀림없는) 집 이름을 Hurtwood라고 붙여놓으니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무너졌습니다.. 꼭 보고 싶었는데요...
워낙 책보는데 익숙치 않아서 인생의 드라마만 음악으로 느껴야겠습니다..^^
읽어 봐야 겠네요 =)
신년에 사서 봐야 할듯 =)
이 책은 재미는 있는데 그렇다고 나중에 다시 읽고 그럴 종류는 아니지 싶더군요. 미국이 좋은게 어지간한 책은 동네 도서관에 다 구비되어 있다는 정도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