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3월 07일
U2: No Line on the Horizon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밴드인 U2가 5년만에 내놓은 신작 앨범 No Line on the Horizon.
전 당연히 아마존에 (8불 99전 일반판으로) 프리-오더 걸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얼마 전에 아니나 다를까 어둠의 세계에 유출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즉각 받아서 ^^;; 근 이주째 듣고 있습니다. 워낙에 세계적인 기대를 받고 있는 앨범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과연 이 앨범이 과거의 명반들과 견주어서 어느 정도 되려나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을텐데요...
...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 높은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걸작 앨범이라는 건 U2 팬들이라면 충분히 예상하셨을 것 같습니다. 왜냐? 사실 이 시점에서 U2는 굳이 비유를 하자면 이미 전성기 롤링 스톤즈와 어깨를 겨눌 정도의 업적을 이미 남긴 대밴드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훌륭하지 않은 앨범을 스케줄 때문에 발매한다는 건 생각하기 어려운 경지에 도달해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인터넷의 보편화 때문에 음반 시장이 죽어간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이.. 예전처럼 유명 음악인들이 인기만 믿고 덜 익은 앨범을 시간에 쫓겨 내놓더라도 팬들이 맹목적으로 앨범을 구입하리라 기대할 수 없게끔 분위기가 바뀐 점을 하나 들 수 있습니다. 앨범 판매 이상으로 중요한 월드 투어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부실한 앨범 가지고는 안된다 뭐 그런 거지요. 그래서 이 앨범에 대한 팬들의 관심사는 전체적 완성도보다는 역시 밴드 최고의 마스터피스인 Achtung Baby Zooropa 이후 가장 실험적인 앨범이라는 소식에 쏠려 있었으리라고 봅니다. 물론 저도 그게 제일 궁금했구요.
사실 전 지난 번 그래미에서 첫 선을 보였던 곡인 Get On Your Boots가 지난 앨범 오프너였던 Beautiful Day나 Vertigo에 비하면 좀 함량 미달이었다는 인상이었기 때문에 나름 우려가 있었습니다. 특히 그날 (시상식 이전에 미리 촬영해 놓았던) 연주 후반에 보노가 선글래스를 벗고 선보인 눈화장. -_-;; 형들, Achtung Baby 때가 이미 거의 20년 전이라는 걸 망각하고 그 나이에 억지로 쿨하려고 하는 거 아니야? 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고요, 아무런 글씨도 없이 수평선(지평선?)만 덜렁 찍어놓은 앨범 재킷 이미지도 그런 불안함에 일조를 했습니다. 그랬는데...
... 막상 들어보니 생각 밖으로 Get On Your Boots가 오프닝 곡이 아닌 것부터 시작해서 그간의 불안함을 한 칼에 날려버리는 걸작 앨범이었습니다. ㅠ_ㅠ)b Achtung Baby처럼 뭐랄까 댄서블한 그루브는 물론 강하게 느껴지는데요, 그 근저에는 2000년대 앨범들인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나 특히 How to Dismantle an Atomic Bomb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월-메이드 U2 anthem도 충분히 깔려 있는 것이 앨범 전체적으로 실험성과 친숙함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뭐 굳이 실험성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비교적 친숙한 요소 위주였던 지난 번 두 앨범들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Zooropa(아니 심지어는 Pop)에 비교하면 상당히 중용을 도모한 앨범이라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첫 곡인 No Line on the Horizon부터 강렬한 임팩트를 주면서 시작하는 것이 좋았고요, 킬러 트랙들을 (야구로 치자면 3, 4, 5 클린업 트리오처럼) 전반부에 배치한 것이 역시 U2 앨범에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습니다. 마치 소복히 쌓인 눈위를 걷는 느낌의 백그라운드가 인상적인 Moments of Surrender가 3번 타자인데요.. 이번 앨범의 캐치 프레이즈라 할 Vision over Visibility라는 구절이 이 노래에 실려있습니다. (2번 트랙인 Magnificient에서도 짧은 솔로가 있긴 하지만) 간만에 듣는 에지의 미니멀리스트 기타 솔로 멜로디가 특유의 단아한 톤으로 흐르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의 하일라이트인 것 같습니다. 사실 솔로 멜로디는 4번인 Unknown Caller의 후주 쪽이 더 좋은 것 같긴 합니다. 좀 썰렁한 농담 같은 제목을 달고 있는 I'll Go Crazy If I Don't Go Crazy Tonight은 씰리한 제목과는 달리 꽤 멋진 곡이고요, 한 곡만 달랑 들었을 때는 좀 어색했던 Put on Your Boots가 앨범 중반부에서 다시 페이스를 근사하게 픽업합니다.
그렇긴 한데.. 이렇게 스트롱한 전반부에 비하면 아직까지는 후반부 곡들이 그렇게 와닿지 않고 있습니다. 비슷한 구성의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가 후반부에 배치된 소품(?)들이 꾸준히 조용한 불길을 이어가는 느낌이었다면 이 앨범의 경우 전반분의 임팩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느낌이 덜한 면이 없잖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White As Snow가 좀 약하게 느껴집니다. 모르죠, 좀 더 듣다보면 또 다른 느낌이 들런지. 그래도 ATYCLB 앨범을 차분하면서도 말 그대로 graceful하게 마무리 지었던 숨은(?) 명곡 Grace에 못지 않게 poignant한 느낌의 Cedars of Lebanon이 이번 앨범을 훌륭하게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앨범 오프너이자 타이틀 트랙인 No Line on the Horizon의 라이브 영상. 사실 U2는 스테이디엄 밴드이기 때문에 이렇게 작고 밀폐된 공간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있기는 합니다만.. 보노 형님의 목 상태가 매우 좋은 것 같아서 그냥 걸어 봤습니다. ^^
이 시점에서 이 앨범의 전체적인 느낌이라면 딱 Achtung Baby와 How to Dismantle an Atomic Boms의 중간 지점이라는 것 정도되겠군요. 인생과 사랑의 달콤함과 고통의 아이러니를 노래했던 불세출의 명반인 Achtung Baby 같은 초걸작은 아니지만 후기 명반인 ATYCLB나 이전 앨범 HTDAAB에서 밴드가 comfort zone에 안주했다는 느낌을 받았던 팬들이라면 역시 이 형님들에 대한 믿음을 재확인할 수 있는 걸작 앨범이라는 건 쉽게 동의하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이 형들에게 더 이상 이뤄야 할 목표가 있다면 비틀즈 밖에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뇌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그건 그렇고.. 원래는 이 앨범을 좀 더 실험적인 방향으로 가져가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앨범 제작 후반부에 (비교적) 중도로 가자는 쪽으로 방향이 잡힌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 앨범에 실리지 못한 곡들로 Achtung Baby 발표 후 비교적 짧은 시간인 2년만에 나왔던 Zooropa 같은 실험성 강한 앨범을 내놓을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전 Zooropa는 아직까지도 귀에 들어오고 있지 않는 편이라 그렇게까지 기대가 되는 소식은 아닙니다만.
(사족으로) Zooropa하니까 생각나는 것이... 처음 나왔을 때 혹평을 받았던 Pop 앨범은 지금 들으면 상당히 좋습니다. Discotheque이나 Mofo 같은 댄스 트랙들과 Staring at the Sun, Wake Up Dead Man 같은 비교적 정통(?)적인 U2 곡들이 서로 잘 녹아들질 않아서 그렇지. 어쨌거나 Pop 앨범은 스케줄 때문에 완전히 마음에 들지 않은 상태에서 내놓았다가 U2도 이제는 맛이 갔다는, 존심 꽤나 상하게 했을 평가를 받은 것이 결국은 밴드에게 좋은 약이 되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듯. ^^
# by | 2009/03/07 13:19 | Music: CDs | 트랙백(2) | 핑백(2) | 덧글(2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제목 : U2, 훌륭하다
U2의 『No Line On The Horizon』은 별 기대감 없이 관성적으로 산 앨범이다. 거장은 거장이다. 보노의 음색은 여전히 소년 같고 에지의 기타는 변함없이 영롱하다. 맑다. 아주 맑은 앨범으로 힘과 깊이가 적절하게 공존한다. 더없이 좋다. 하나 못마땅한 건 U2가 아일랜드의 동방신기는 아니지 않는가. 『No Line On The Horizon』의 다섯 가지 버전은 너무 했다. 슈퍼주얼케이스까지 더하면 여섯 가지다....more
제목 : U2 - No Line On The Horizon ..
U2의 신보 No Line On The Horizon을 구입한지는 좀 시간이 지났지만 이제야 개봉하고 처음 듣게 되었다. 솔직히 Zooropa 이후의 앨범들은 의무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구입하고 있다. 싱글이나 음원도 미리 듣지 않고 구입한 앨범들이 Pop,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 How To Dismantle An Atomic Bomb그리고 올해의 신보 No Line On The Horizon이다. 아무런 ......more
... nbsp; U2답게 녹아냈다고 생각이 되고요. 하나하나 마음을 울리는 보노의 목소리와 그에 대한 감흥은 여전합니다. 아마도 이 앨범에 대한 소개는 저보다는 훨씬 내공이 가득하신 젊은 미소님의 글이 어 와닿을 듯 하네요. 아래는 스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화제의 영화 그랜토리노는 아시다시피 한국전에 참전한 깐깐한 고집쟁이 ... more
... 사실인듯. 동네 젊은이들은 다 나온듯한 그런 느낌. 한가지 재미 있었던 건 오프닝 밴드가 들어가고 메인 밴드가 나오기 전에 막간에 흐르는 음악으로 U2의 신작 앨범 No Line on the Horizon의 Maginificient가 나왔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순간 콜드플레이 곡인 걸로 착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라는. ^^;; 콜플이 워낙 U2의 영향권 아래 ... more
새앨범은 제게도 분명 다른 느낌을 주었습니다.
저도 CD전반부는 만족하고 있는데, 특히 Get On Your Boots이후의 CD후반 곡들이 집중력이 떨어져서 세심히 듣는 편이죠.
POP앨범은 여전히 글쎄요.입니다.
제것은 수입반인데 음의 출력이 뭉개지고 떨어져서 잘듣게 되진 않더라구요.
역시 젊은 미소님의 리뷰는 명불 허전 =)
저도 조만간 꼭. 들어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조금 두근거려요.
이번 앨범 매우 만족합니다.
함량미달의 글에 트랙백을 주셨지만 저도 달겠습니다.
대한 매리트가 저에게는 좀 약한 편입니다..
물론 이 앨범이후에 쟝르적 차별로인해 저에게 저평가 받았고
들을 기회도 약해서 No Line on the Horizon 을 필두로 한번 젖어볼 계획입니다..^^
나중에 회사에서 미국 출장을 갔는데 같이 일하던 호주 친구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정말 우연히 그 친구 아크퉁 베이비 CD를 플레이 했는데 와, 정말 좋더라고요.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Mysterious Ways 들으며 일종의 막춤 -_-;;을 추고 있는데 그 친구가 돌아와서 눈을 휘둥그레 뜨고 쳐다 보던 모습. 얼른 미안하다고 하고 CD를 돌려줬습니다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구에서는 아주 친한 친구가 아닌 이상 미리 얘기 안 하고 남의 CD를 플레이 한다던가 하는 건 좀 상상하기 어려운 행동이라는 걸 그 때 배웠죠.
그건 그렇고.. 아닌게 아니라 Get on Your Boots를 중간으로 해서 둘로 나눈듯한 느낌을 저도 받고 있습니다. 앨범 곡 배치는 (음악적 리더라 할 수 있는) 엣지가 한다고 합니다.
저도 이 앨범을 들으며 최초로 감탄사를 터뜨렸던 것은 Magnificent의 뚝딱거리는 인트로를 지나 엣지의 기타 연주가 흘러나왔을 때였어요. 듣자 마자 이 노래 하나만으로도 이번 앨범은 만족스럽다 라는 느낌을 가졌드랬지요.
사족으로.. 저는 90년대 앨범 트리오 - 액퉁, 주로파, 팝 - 을 최고로 좋아해요. 이번 앨범 나오기전에 은근히 기대했던 것은 2000년대의 분위기에선 좀 탈피했으면 하는 바램이었는데 반은 그랬고, 반은 안 그랬단 생각이네요.
현재 시점에서 U2가 2000년대 분위기를 완전히 탈피할 수는 없을 겁니다, 아마도.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로 U2 팬이 된 젊은 세대들이 많기도 하고, 초대형 투어가 계획되어 있기도 하기 때문이죠.
ATYCLB 앨범은 특히 미국인들에게는 각별한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이밍적으로는 9/11 사태로 상처 받은 그네들 마음을 달래주었고 내용적으로는 당장의 고난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인생에 대한 통찰을 보여줬던 그런 앨범이기 때문이죠. 음악만 놓고 보면 아크퉁 베이비에 비하면 약합니다만. 언제 이 앨범 얘기 한 번 쓰고 싶은데 과연 쓰게 될런지는 모르겠군요...
전 3번 트랙이 젤 좋아요.
그런데 신기한 게 iTunes에서 3번 트랙은 인기도가 그렇게 높질 않아요. 아직 초반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공개된 곡, 정식 앨범 발매 후 1번 트랙이 인기도가 높고 특히 magnificent가 인기가 높네요. 그 다음으로 M of S가 인기가 있어요.
어떤 곡들이 싱글컷될 지 궁금하네요.
여튼 MoS 같은 곡은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야 진가가 드러나는 곡이기도 하고 또 길기도 하고 해서 과연 싱글이 될런지는 모르겠네요. 뭐 비슷하게 가스펠 삘인 Stuck in a Moment도 싱글 커트된 전력이 있으니 진짜로 싱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